skip to Main Content
우리가 좀 더 단단해지는 법에 대하여 – 에고펑션에러 김민정

우리가 좀 더 단단해지는 법에 대하여 – 에고펑션에러 김민정

Post Series: 스타카토H피플

안녕하세요. 저는 사이키델릭펑크록밴드 에코펑션에러에서 보컬과 작사, 그리고 기타 행정 노예직을 맡고 있는 김민정이에요. 스무 살 되자마자 홍대에 왔으니 벌써 12년차 홍대 사람이네요. 실컷 공연 보고 싶다는 맘으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캐리어 하나 들고 홍대에 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 땡땡이 치고 서울로 공연 보러 오고 그랬어요. 전라도 익산에서 말이죠. ‘윤도현의 러브레터’라고 아시나요? 문화라곤 즐길 게 없던 그곳에서 러브레터를 보면서 인디뮤지션들을 알게 됐죠. 뮤지션 이름을 적어놓고 노래 찾아듣고 용돈 모아서 기차 타고 공연 보러 오고 그랬죠. 그렇게 알게 된 뮤지션들 노래를 CD로 구워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요. 그렇게 본 공연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건 쌈사페,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이에요. 그때는 대학교에서 쌈사페를 했었는데 서울로 대학 오고 싶다는 꿈을 꿨죠. 서울로 대학은 못 왔지만 이렇게 서울에 와서 뮤지션으로 살게 되었네요.

 

 

홍대로 와서는 정말 열심히 공연장 다니면서 공연을 봤어요. 그때만 해도 신용카드를 막 만들어줬거든요. 철없이 마구 긁었다가 나중에 갚느라 고생도 좀 했죠. 열심히 쓰고 갚던 시절이랄까(웃음). 어떤 뮤지션이 좋았다기보다는 그냥 공연장의 에너지를 정말 사랑했죠.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요. 그런 의미에도 지금은 너무 변해버려 속상한 놀이터도 제가 좋아했던 곳이에요. 그때만 해도 홍대 놀이터가 뭐랄까 히피 소굴 같기도 하고 무법지 같달까. 한쪽에는 펑크하는 애들이 술 마시면서 노래 부르고 있고, 한쪽에는 히피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또 한쪽에는 노숙자들이 모여 술 마시고 있고요. 탭댄스 추는 사람들이 있고, 마술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있고, 참 재미있던 시절이에요. 누가 기타 들고 노래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막걸리도 사다주고 맥주도 사다주고 그랬는데 저도 그렇게 술 사다주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언젠가 한번 술 사들고 갔는데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한쪽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한테 노래를 시키는 거예요. 빼는 거 없이 그냥 신나게 불렀어요. 그때 꾹꾹이 오빠를 만났어요. 자기가 밴드를 만들면 제게 보컬을 시킬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라고 했죠. 그리고 정말 2년 후에 연락이 왔고 그렇게 에고펑션에러가 만들어졌습니다.

 

저희 작업실이 연남동에 있어요. 전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에 살고요. 집에서 작업실까지 경의선숲길을 따라 걸어가는데요.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낮이나 밤이나 언제나 사람이 많아요. 이 사람 중에 우리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 공연장에서 공연 보면 좋겠다 싶은 거예요. 제가 연남동에서 오래 살았고 연남동에서 놀고 연남동에서 음악도 만들고 연습도 하니까, 무엇보다 연남동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 동네에서 페스티벌을 열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인디가 뭐고, 음악이 뭐고 하나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말이에요.

 

기획 공연이야 자주 해봤지만 페스티벌은 다른 거잖아요. ‘어서오세요 연남에 뮤직페스타’를 준비하면서 정말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멤버들, 뮤지션 친구들, 단골가게 사장님들이 도와주셔서 재미있게 잘 끝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냈다는 사실에 많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아서 더 좋고요. 신에 작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해봅니다(웃음). 내년에도 또 하자고 하는데 지금은 정산 때문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아서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매년 하면 좀 재미없지 않나요?(웃음)

 

 

페스티벌을 끝내고 이런 생각도 들어요. 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무엇보다는 에펑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그래야 뭔가를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최근에 한 평론가님이 ‘에펑이 DIY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코멘트를 달아 저희 공연 사진을 올리셨던데 지금 저희가 고민하는 게 그거예요. 뮤지션들이 참 바보 같은 게요. 음악은 열심히 하고 잘해요. 근데 스스로를 알리는 방법을 잘 몰라요. 물론 저희도 모르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부딪쳐보고 고생도 좀 해보고 해서 에펑을 알리고 단단해지는 방법을 좀 찾아보려고요. 알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그래서 우리, 음악하면서 좀 잘 먹고 잘 살아봐요.

 

<나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크라잉넛

가오만 잡는 선배들이 아니라 먼저 친근하게 후배들을 챙겨주는 신의 든든한 형님들. 크라잉넛이 있기에 펑크신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으샤으샤할 수 있는 것 같다. 신의 대들보 같은 분들이다. 이번 ‘연남에 페스타’에서도 말도 안 되는 2시 오프닝을 맡아주셨다. 그냥 고마운 선배 밴드로만 남았다면 별로일 수도 있는데 음악으로, 공연으로도 다 죽여놓는 정말 멋진 밴드다. 크라잉넛 같은 밴드가 되고 싶다!

 

칠 펍 (Chill-PUB)

연남동에서 가장 사랑해마지 않는 곳. 밖에서 논다고 하면 무조건 칠 펍이다. 음식은 물론 노래가 끝내준다. 한 달에 한 번 ‘칠펍부흥회’라고 아티스트들과 문화행사도 진행하는데 자주 보러 간다. 특히 이번 ‘연남에 페스타‘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 곳이라 더더더 잘 됐으면 하는 맘에 홍보하고 싶다. 우리 연남동에서 오래오래 버텨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디즈니 영화들은 보기만 해도 평소에 잊고 살았던, 순수하고 말랑말랑했던 감수성을 깨닫게 해준다.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OST도 다 좋고 말이다. 다 좋아하지만 한 편만 뽑아보라고 한다면 무조건 <모아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아나처럼 살고 싶다. 밝고 신나고 명랑하게 말이다.

 

디즈 워즈 투모로우

음악, 뮤지션 관련 다큐는 다 좋아하는데 최근에 본 것 중에 추천하고 싶은 것. 벨기에 페스티벌인 투모로우랜드를 다루고 있는데, 페스티벌 자체가 굉장히 환상적이다. 마치 서커스의 한 장면 같달까. 다큐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투모로우랜드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게 참 기억에 남는다.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페스티벌이자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추천한다.

 

글_임은선 <스트리트 H> 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Back To Top
×Close search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