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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와 멋있게 이별하기 –  튜나레이블 대표 김호진

홍대와 멋있게 이별하기 – 튜나레이블 대표 김호진

Post Series: 스타카토H피플

 

 

튜나레이블 대표 김호진입니다. 먹고 살기 위한 비전을 궁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문화·공연 기획자이고요. 여기까지 오게 된 인생 경로를 얘기하면 끝도 없는데, 돌고 돌아 결국 기획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취미가 본업이 된 셈인데 제 팔자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라 할수록 잘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렇습니다.

 

 

제 기획은 재미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씨와 싱어송라이터 신승은 씨가 거침없이 섹드립하는 걸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군요. 이걸 공연으로 풀어낸 게 <음탕>입니다. 신승은의 <주도피아>도 비슷합니다. 신승은 님은 술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데 ‘신승은의 술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음탕>도 그렇고 <주도피아>도 그렇고 공연 내내 관객들의 몰입도가 대단했습니다.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그 순간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건, 재미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재미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 순간,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미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 정치, 문화, 예술 등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틀을 허물고, 서로 다른 분야를 혼합하여 새로움을 만들어내려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재판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공연을 접목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그런 기획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홍대는 늘 새로움이 있는 공간 같습니다. 이곳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습니다. 가끔 홍대신이 고인 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픈레코드> 같은 행사를 진행하면 이런 제 생각은 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뮤지션들은 팬과 소통하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인디신에 관심 있는 새로운 세대들이 다시 홍대앞으로 모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다양하게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홍대를 늘 새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아직 홍대스러움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년차 홍대 주민입니다만, 딱히 홍대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없습니다. “홍대는 어떻다”고 떳떳하게 말할 자격도 없는 것 같고, 또 홍대에만 머물 생각도 없습니다. 서울에만 머물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전 통영 사람인데 언젠가는 다시 통영으로 내려갈 계획입니다. 통영으로 내려갈 준비를 지금도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올해 <통영 하이틴뮤직콘테스트>를 열었습니다. 통영의 청소년 음악인을 대상으로 한 경연대회였는데 콘테스트 부제가 ‘통영에서 홍대까지’입니다. 통영에서 시작해서 홍대까지 가자는 의미에서 우승한 팀은 홍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부상도 내걸었습니다. 실제로 한 중학생 밴드가 우승을 했고, 생기스튜디오에서 공연을 했죠.

 

전 홍대에서 익힌 스킬과 노하우를 가지고 통영으로 돌아가 음악이나 문화공연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기획자이자 미래의 뮤지션이고 미래의 전문가가 될 테니까요.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홍대로 올라올 겁니다. 음악이나 공연, 홍대앞 문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홍대로 모이니까요. 저는 그 아이들이 자라도 홍대는 여전히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적인 공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대가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은 게 분명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게 홍대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힘이 홍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홍대 밖으로 뻗어나가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통영으로 다시 가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홍대에서 받은 힘을 가지고 통영으로 가 통영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통영신’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와 영원히 작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거 같습니다. 튜나레이블도 마포구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을 테고, 저도 통영과 홍대를 오가며 여러 일을 하겠죠. 어떤 새로운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요. 제가 하는 일이 조금은 기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무엇>

 

카페 언플러그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로 쭉 단골이다. 한 5년이 넘은 것 같다. 혼자 술을 마시고 싶다, 아니면 밖에서 일을 하고 싶을 때는 무조건 카페 언플러그드로 간다. 나에게는 집과 사무실 다음으로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이다. 누구나 집 외의 자기만의 공간을 하나쯤은 찜해두고 있을 거다. 그런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에겐 이곳이 그런 곳이다.

<오픈레코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튜나레이블 공동대표 장율범 씨가 낸 아이디어인데 언플러그드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나왔다. 언플러그드 10주년 공연을 하시라고. 아니, 해야 한다고, 우리가 지원하겠다고 어필하다가 자연스럽게 주제가 홍대앞 뮤지션, 인디신 이렇게 흘러갔다. 인디뮤지션들이 음반을 소개하고 제작하고 팬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언플러그드에서 그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오픈레코드>가 된 거다. 홍대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자 무언가를 만들게 하는 공간인 언플러그드를 사랑한다.

 

만화책, 잡지, 인문학 서적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편인데 책을 읽다 보면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 최근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라는 에세이집을 선물 받았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진짜 사서 실무에 관한 정보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은 곳의 부조리,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담은 책인데 나도 언젠가는 기획자에 관해 이런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친절한 내용은 아닐 거다. 열정과 환상만 가지고 기획자를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쓸 것 같으니까. 사실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럼에도 기획자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향성에 대해 고민 정도는 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영화

영화만큼 집중도가 높은 콘텐츠가 또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연 볼 때는 영화를 볼 때만큼 집중이 안 된다. 얼마 전에 <벌새>를 봤을 때도 그렇고, 좋은 영화들을 보고 나면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나는 그 지점이 늘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공연을 영화처럼 은은하게 여운을 오래 줄 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영화는 대중적인 문화생활이다. 누구나 간편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영화관, 휴대폰 등 다양하지 않나. 공연 산업도 좀 더 대중에게 접근성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유튜브

작업을 하면서 늘 유튜브를 틀어 놓는다. 구독하는 채널도 있다. 기욤라폰이라고 프랑스인 기장이다. 영상 내용은 별게 없다. 그저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전 과정이 있는 그대로 담긴 영상이다. 비행 영상 중에는 10시간 넘는 것도 있는데 그걸 그냥 그대로 틀어 놓고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글_권민정 스트리트H 객원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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