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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 로컬 크리에이터 이희준

로컬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 로컬 크리에이터 이희준

Post Series: 스타카토H피플

 

 

 

‘연남방앗간’의 기획에 참여했던 이희준입니다. 그동안 전통시장 도슨트, 참기름 소믈리에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는데요. 9년 가까이 전통시장에 대한 기록자, 해설사 작업을 하며 느낀 것은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역사회를 이해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에 보니까 저에게 그런 이해가 꽤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좀 더 로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속도를 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몸담았던 어반플레이에서 나와 ‘더 로컬 프로젝트’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지금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제주에서 로컬 브랜딩 스쿨 작업을 하고 있고요. 제주의 장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상품을 함께 브랜딩하는 작업입니다.

 

 

연남방앗간은 전국 전통시장 장인들이 만든 참기름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편집숍 겸 동네 사랑방을 추구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참기름 관련 일을 해왔기 때문에 식품회사들과 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유기농 녹차밭을 운영하는 제주 모루농장과는 제주의 녹차, 홍차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TV 예능 <일로 만난 사이>에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던 그 녹차밭입니다(웃음). 또 부산에서는 명란젓으로 유명한 덕화푸드와, 전라도 광주에서는 무등산 브루어리와 맥주 유통 작업을 함께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더 로컬 프로젝트’랄까요? 아, 그리고 ‘참기름’의 친구들(웃음)이라 할 수 있는 감태, 미역 등을 만드는 대표님들과 코워크도 합니다. 서울도 로컬, 상해도 로컬이라는 개념으로 이 제품들을 상해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지역과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역의 브랜드나 기업과 일을 할 때 보는 건 한 가지예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진정성과 상품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오리지널리티를 보려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21대 왕인 영조가 참기름을 먹고 나면 조선 팔도에 참기름이 남아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와요. 저는 영조가 먹었던 참기름을 복원, 계승하고 싶고, 그런 참기름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덕화푸드도, 모루농원도 다 그렇게 명란젓의, 제주 녹차의 오리지널리티를 고민하는 분들이니까 함께 하는 거고요.

 

요즘 저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일합니다. 브랜딩 스쿨 때문만은 아니고요. 사실, 제주도는 제가 10년째 이주를 준비하는 지역이에요. 20대 때부터 제주를 갔었죠. 처음엔 ‘제주는 돈 벌어서 휴양이나 오라’던 제주 토박이 분들, 최씨, 고씨, 양씨 이 성씨 네트워크 분들도 이젠 제가 제주에서 뭔가를 하겠다면 두 팔 걷고 도와주겠다고 하세요. 이렇게 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린 거 같아요.

 

제가 제주도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곳의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시장의 언어를 배워야 하고, (제주)토박이의 언어를 배워야 해요. 로컬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거죠. 그래야 상호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해를 하게 되면 배타시하지 않게 됩니다. 그분들 표현대로 하면, 제주에 왔던 ‘육지것’들은 평균 3년 안에 다 돌아가요. 그런데 6년차가 되면 도민으로 인정해줍니다. 그 단계가 되면, 어떻게 저 친구를 잘 정착하게 해줄까를 같이 고민하는 단계가 되죠. 제가 그런 좋은 선례가 되고 싶습니다. ‘육지것들’이라고 하지만, 제주도 젊은 사람을 정말 필요로 하거든요. 저는 앞으로 우수한 인력이 제주로 와서 창의적인 제조업 기반의 활동들, 산업화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의 활동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요즘 로컬붐이 일면서, 로컬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앞서도 말했지만 로컬의 언어를 이해하는 거겠죠. 저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사를 알아야 농부님들과 통할 수 있으니까요. 홍대 문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홍대에서 클럽을 하고 싶다면 홍대신의 클럽 토박이부터 만나야죠. 그래서 홍대의 언어를 알아야겠죠.

 

홍대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로컬 에어리어이고, 로컬 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 홍대에 있는 분들이 홍대에만 갇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떠나서도 멋진 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을 거고요. 있던 사람들이 떠나가면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홍대를 채우게 되겠죠? 그런 게 도시가 살아 있는 것 아닐까요. 홍대가 그렇게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며, 성장 동력을 지켜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홍대 그리고 aA디자인 뮤지엄

홍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고, 가장 중요한 로컬 존이다. 실제로 연남동, 연희동으로의 확장은 홍대 로컬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이라면 역시 aA디자인 뮤지엄이다. 대표님이 제주도로 내려가셨지만, 그래도 홍대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aA디자인 뮤지엄이 있는 골목에 있는 오래된 바. 대학교 1학교 때 가던 곳이 여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바닥에 카펫을 깔아두어, 신발을 벗고 누워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누워 있다 보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한번은 ‘거꾸로 자판기’를 떠올렸다. 왜 물건을 꺼내려고 몸을 굽혀야 하지? 물건을 위로 뺄 수 있으면 좋잖아? 당시에, 이 얘길 했더니 대학 선배들이 ‘또라이’ 취급을 했는데(웃음), 실제로 일본에는 그런 제품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트래블코드와 그들의 세계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콘텐츠, 책을 만드는 트래블코드의 특별함은 이걸 어떻게 소비하게 할까라는 접근법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퇴사 준비생의 런던》을 발간했을 때는 김소영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당인리 책발전소와 한정본을 만들어 선발매했고, 최근 작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책은 ‘배민마켓’에서 팔았다. 책 유통에 대해 일반 출판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들만 한다. 나는 이게 일종의 세계관 같다.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도 좋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그걸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그걸 만들어내는 세계관이 더 재밌고 흥미롭다.

 

소반

참기름을 만들다 보니 밥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반 수집이 시작됐다. 전통적인 소반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소반도 모으는데, 제주의 양웅걸 작가가 만든 청화소반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청화백자용 도자기가 상판이고 다리는 나무인데, 수축 팽창하는 나무를 도자기가 견뎌야 해서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고 한다. 소반은 한 서른 개 정도 모았다. 가장 싼 150만원의 소반부터 천만 원 넘는 것도 있다. 빨빨거리고 다니며 번 돈으로 장인이 만든 소반을 사들이는 셈이랄까.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이걸 하는 이유는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장인이 다음 창작활동을 하려면 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 생태계가 가능하도록 나름의 실천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돈 있는 분들이 이런 실천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글_정지연 스트리트H 편집장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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