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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홍대에만 있으라는 법이 있나요? – 손과얼굴 강정아, 정혜진

홍대가 홍대에만 있으라는 법이 있나요? – 손과얼굴 강정아, 정혜진

Post Series: 스타카토 H 피플

 

 

저희는 손과얼굴이라는 커뮤니티 아트 콜렉티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정아, 정혜진입니다. 최근에는 손과얼굴 콜렉티브에서 <감각 심포지온: 미래주의 다이닝>라는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전시라기보다는 관객과 함께 만드는 활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관객을 무대로 초대하여 그들이 움직이고 활동하는 게 전시가 되는 방식이죠. 관객은 관람만 하는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전시를 함께 만드는 주체적 행위자가 되는 거고요. 저희는 그동안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이걸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설치, 텍스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들이 결합하고 관객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작업, 완성된 마지막 이미지가 아닌 최종 단계를 만들기 위해 쌓아올리는 단계들, 담론에 주목하는 팀인 거죠.

 

 

 

저희 둘은 문화예술단체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만났고, 함께 일하면서 친해졌습니다. 둘이 홍대에서 공연도 많이 봤고 추억의 오백 같은 이상한 공간들도 함께 열심히 다녔습니다. 술도 많이 마셨고요. 저희가 홍대에서 술 마시고 놀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어요. 싸이 토스트 아저씨라고, 상상마당 건너편 주차장 거리 끝에서 토스트를 파는 아저씬데요. 늦게까지 장사하는 이 동네 자영업자들이 출출할 때 가서 요기를 달래는 곳이기도 하고 저희 같이 술 먹고 해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서 토스트 먹으며 해장하는 고마운 곳이죠.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 저희가 이렇게 물었어요. “아저씨 여기서 장사하려면 얼마나 필요해요?”라고요. 그렇게 말을 걸었던 게 계기가 되어서 같이 술도 마시고 하면서 친해졌어요.

 

대학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식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좀 더 다르게 살 수 없을까 궁금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때였어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을 만나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저희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럼 저희가 결정하는 데 좀 쉬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싸이 토스트 아저씨를 시작으로 개그맨 지망생이자 글을 쓰는 사람이자 퍼포머인, 잡기술은 많지만 정작 하나의 전문 분야는 없어서 인간 실격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래서 ‘인간 실격’이란 술집을 하는 사장님, 엄마이면서 퍼포머인 분 등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 관한 영상을 만들었어요. 이름하여 ‘도시 생계인의 상급상족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서 전시기획이든, 행사기획이든 뭐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자고 결심할 수 있었어요. 쉽지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삶이고, 저희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일단 알바를 하든, 직장을 다니든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여해 돈을 벌고 퇴근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시작한 게, 바로 손과얼굴입니다. 퇴근하고 작업실에서 함께 전시기획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하면서 작업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되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고요. 1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더라고요. 그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 저희가 그렇게 치열하게 그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하면서는 점점 확신이 생겼어요. 이렇게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각자 다른 일로 돈 버는 일을 그만두고 손과얼굴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오프라인 공간인 ‘안티카페 손과얼굴’도 열었습니다. 손과얼굴은 카페는 아니고요. 이름도 안티카페잖아요. 저희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작업의 매체가 어떤 사람은 자기 몸이 될 수도 있고, 카메라가 되기도 하고, 캔버스가 되기도 하잖아요. 저희 작업의 매체는 공간이 된 거죠. 안티카페 손과얼굴에서 쌓아온 시간들이 또 다른 의미의 작업이 되기도 하고요.

 

안티카페 손과얼굴은 세상의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여기만의 룰이 있고 그 룰은 또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듭니다. 누가 오느냐에 따라 룰이 달라지죠. 그 룰은 또 세상의 룰과는 다르고요. 여기만의 룰, 여기만의 시스템, 그게 하나의 사회가 되고, 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이루는 사회는 다양하죠. 무엇보다 안티카페 손과얼굴은 온전히 갖춰진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들어올 여지가 있어서 나의 프로젝트를 세상에 꺼내놓기 전에 실험해볼 수 있는, 리허설 같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무작정 해보기보다는 한 번쯤 테스트해보고 그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곳이 하나쯤은 필요하니까요.

 

 

벌써 5년, 한 건물에서 안티카페 손과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건물주는 매년 법이 허용한 상한선까지 월세를 올렸고,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저희가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당도했거든요.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갈 건지를 상상해보고 있어요. 꼭 홍대가 아니어도 되고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홍대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희는 그들이 말하는 홍대는 어떤 좌표로 찍히는 지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홍대는 어떤 에너지, 어떤 기운 같은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홍대다움을 가지고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거죠. 홍대는 강남에도 있고, 이태원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고, 대구에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희의 다음을 더 넓게 생각해보고 있어요.

 

또 더 이상 공간이 아니어도 된다고도 생각해요. 이제 사람들은 자기 취향을 잘 알아서 타인의 공간까지 침투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넘쳐 3층까지 올라와서 문을 열고 낯선 공간에 자기를 들여놓으려는 수고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한다면, 우리도 그 흐름에 맞춰 공간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의미만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아요. 스터디카페 같은 공간과 안티카페 손과얼굴을 비교하고, ‘비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경제적 가치로만 이곳을 판단할 때 손과얼굴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죠. 저희가 떠날지도 모른다니 안타깝다고요? 더 홍대에 오래오래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요? 그럼 오세요. 오시면 되잖아요.(웃음)

 

 

<우리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코쿤

일반 사람들이 홍대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곳이지 않나. 어떤 의미에서 현재의 홍대를 가장 잘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홍대 클럽들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근처에 살 때 잠 안 자는 새벽, 파자마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고 나가 클럽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만난 셈이다. 내가 잘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들이 한 번쯤 손과얼굴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채널1969

손과얼굴의 첫 작업실이 채널1969 쪽방에 있었다. 비밀의 문을 열면 작은 방 한 칸의 공간이 나왔다. 거기에 앉아서 공연 소리를 들으며 작업을 했다. 어떻게 거기서 지냈나 신기하면서도 그때의 열정 같은 게 느껴지는 추억 속의 장소다. 채널1969가 연남동으로 이사 가서 자주 못 만나지만 사장님은 우리에게 지표가 되는 분이다. 본인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걸 우직하게 하는 사람.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잘 따라가는 유연함. 정말 치열한데 그 치열함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등. 그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 최근에 사장님께 잘 지내느냐고 물었을 때 공간이 살아 있다고, 공간이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되어서 알아서 돌아간다고, 어느 순간 그 순간이 올 거라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이 난다. 손과얼굴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밴드 태평양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DJ 공연을 여는데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하게 흘러나오는 노래 중에 모두가 귀 기울이고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밴드 태평양의 노래였다. 옛날 홍대에서 공연을 봤을 때 느꼈던 감성이 느껴지는, 정말 오랜만에 되게 좋다고 생각한 밴드다. 손과얼굴에서 한 번쯤 공연을 해달라고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낸다.

 

류이치 사카모토

언제 들어도 좋고, 손과얼굴을 찾아주는 친구들도 다 좋아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실험적인 음악에서 클래식한 음악까지 변화무쌍함이 좋고 또 환경이나 정치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애티튜드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예술가들이라면 닮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

 

 

글_임은선 스트리트H 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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