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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했는가? - 더 방콕 라이브의 사례

LIVE STREAMING 더 방콕 라이브 THE BANGKOK LIVE

 

 

VOL.1

천용성 Chun Yongsung 사뮈 Samui

2020년 4월 22일 수요일 저녁 7시 생중계

 

VOL.2

오칠 Oh Chill 코토바 cotoba

2020년 4월 29일 수요일 저녁 7시 생중계

 

MC 박준철(of 스마일리스마일)

 

총괄 단편선 osoriworks.creatorlink.net

오디오 천학주 mushroomrecording.com

비디오 ML vimeo/mechlab

 

장소 카페 언플러그드 홍대점

주최 및 주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honguju.com

 

-이 사업은 서울시 청년청 코로나19 완화를 위한 청년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Intro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여러 부분을 바꾸고 있다.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인디씬에 한정할 때, 당장 우리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오프라인 공연 추진의 어려움’일 것이다. 라이브 클럽, 독립문화공간은 예정된 많은 일정을 취소하거나 새로운 공연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티스트들은 공연을 통해 자신을 알리거나 연주를 선보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공연예술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 역시, 다종다양한 방식의 피해를 보고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겠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를 타개하거나, 최소한 완화할 여러 장치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다. 역시 인디씬으로 눈을 돌려보자며,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한 생중계를 전제한 공연들이 등장하고 있다. 생기 스튜디오에서는 <Show Must Go On>을 통해 가장 빠르게 대응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카페 언플러그드에서도 실시간 생중계를 위한 솔루션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간편한 라이브도 실험되는 중이다.

#생기 스튜디오
#카페 언플러그드

 

<더 방콕 라이브 The Bangkok Live>는 서울시 청년청이 낸 <코로나19 완화를 위한 청년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 공모에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선정되어 만들어졌다. 처음 기획안을 제출할 때 3회 정도로 예정되었던 공연은 예산 변동과 함께 2회로 줄어들었다. 퀄리티의 측면에서 타협해 횟수를 조금 더 늘릴 수는 있었지만, 그보다는 표준적인 퀄리티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단했다. 공공의 자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서비스라면 보편적이고 표준적인 퀄리티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종의 에필로그 형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진행하면서 생긴 이슈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고자 했다. 공공성을 고려할 때,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이러한 맥락 하에 작성된, 일종의 수기다.

Phase a

오디오 / 비디오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하였나?

 

 

 

비디오 시스템 구축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고 고민했다.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는 기술이다. 때문에 전문중계업체를 부르면 간단할 수 있겠으나 첫째로, 예산이 없었고, 둘째로, 기존에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이번 기회로 함께 경험치를 쌓을 멤버라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D.I.Y.에 가까운 형태로, 프로덕션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었다. 인디 / 힙합 씬을 오가며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ML과 함께했다. 오디오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역시 인디씬에서 여러 음악을 함께 제작한 머쉬룸 레코딩 스튜디오의 천학주에게 일임했다.

 

#ML

#천학주

 

<더 방콕 라이브>는 실시간 방송을 전제로 한 쇼다. 실시간으로 비디오와 오디오 모두를 전송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해, 한 번에 여러 카메라를 활용해 진행해보기로 했다. VOL.1에서는 2대, VOL.2에서는 3대의 카메라를 활용했다.

 

비디오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 진행했다. 제한된 상황 안에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하여, 카메라 세팅과 중계 시스템을 단순하게 구성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 기준 하에 비디오 스위처는 롤랜드의 V-1HD을 카메라는 소니의 캠코더 Z190을 선택하였다. 이 구성으로 인해 화면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은 힘들어졌으나, 뮤지션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정한 꼴로 앵글과 무빙을 구성할 수 있었고, 중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

 

오디오 시스템은, 뮤지션의 연주를 라이브로 레코딩하기 위한 시스템 구성과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장비들만 완비되어 있다면 어디서든 진행에 어려움이 없으나 이동의 불편함과 방음을 고려해 전문 공연장인 카페 언플러그드를 대관했다. 실시간 라이브를 중계한 후, 악기별로 녹음된 원본 소스를 후가공해 ‘핫클립’ 형태의 라이브를 제공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멀티 트랙 레코딩을 지원하는 믹서가 있는지를 체크했다.

중계에 사용한 툴은 OBS Studio다. 유튜브 스트리밍 등을 진행할 때,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툴 중 하나다. OBS Studio의 사용법은 유튜브 혹은 구글링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료가 유튜브, 트위치 등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머를 위한 사용법에 관해 기술하고 있는 탓에 약간의 애로는 있었으나 비디오와 오디오를 중계한다는 기본적인 포맷 자체의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툴을 활용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ML이 생중계를 진행하기 전, 몇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사용법을 익혔다.

 

화질과 음질의 열화, 그리고 원활한 스트리밍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컴퓨터의 사양, 그리고 연결된 인터넷의 속도가 중요했다. 2018년형 맥북 프로, 그리고 1G가량을 지원하는 인터넷망을 활용했다. 실제 현장과 중계를 통해 전달되는 오디오 / 비디오 간의 레이턴시(latency, 지연)은 대략 20~30초 가량이었다. 이는 사양과 환경에 따라 매우 다를 것이다. 20~30초간의 지연은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Phase b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하였나?

 

 

 

공연장에서의 라이브란 대개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집단적인 고양의 경험이자,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과 촉각까지 자극하는 보다 총체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에 비해 모바일 또는 컴퓨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콘텐츠가 제공하는 정보값은 보다 제한적이다. 자극의 양과 질이 작거나 적은 탓에 몰입을 유도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라이브와 같이 연주만 하는 것으론 ‘시청자’를 잡아두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따라서 우리는 TV쇼, 혹은 라디오 프로그램 등의 방식을 차용하기로 했다.

 

MC로 일렉트로닉 팝 듀오 스마일리 스마일의 멤버이자 인디 비디오 플랫폼인 신촌전자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박준철을 세웠다. 신촌전자의 메인 콘텐츠는 뮤지션의 원 테이크 라이브 비디오지만 서브 콘텐츠로 텍스트와 비디오로 구성된 인터뷰 비디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특유의 사려 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달변은 아닐지언정,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신촌전자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오프닝 > 공연 > 공연 중간의 토크쇼 > 다시 공연.

 

공연 사이에 10분가량으로 토크쇼를 편성했다. 연주만 지속되는 시간은 가능한 15분 이하로 맞추고자 했다. 15분 이상 연주만 계속된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몰입을 지속하기 어려울 거란 판단에서였다.

 

실시간 스트리밍의 장점을 살려 시청자와 뮤지션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사전 프로모션을 겸해 ‘항상 ㅇㅇㅇ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이란 이벤트를 진행했다. 뮤지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모아주면 MC가 대신 이를 질문해주고 답을 주는 방식이었다. 생각보다 호응이 높아 도합 100여 건 이상의 질문이 들어왔다. 다만 유사한 질문이 많아 이를 정리하거나 합쳐 본 방송에 반영토록 했다.

 

프로그램의 틀은 제공했지만, 그 틀 안에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선 MC가 직접 안을 만들어오기로 했다. 작가가 대본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훈련되지 않은 MC의 입장에선 자칫 진행이 딱딱해질 수도 있다. 본인에게 편한 구어체로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 판단했다.

Phase c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VOL.1과 VOL.2의 타임라인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양일 모두 시스템을 설치하고 테스트하는데 대략 2시간 정도, 그리고 리허설에 각 뮤지션당 1시간가량을 투여했다. VOL.1 때 케이블의 문제로 신호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던 해프닝을 제외하면,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었다. 일반적인 공연 리허설에 더해 카메라, 조명, 동선 등의 테스트가 필요한 탓에 리허설 시간을 길게 잡았다.

 

오히려 핵심적인 이슈는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사전에 성실히 준비했음에도 MC의 입장에서는 생방송이 처음, 게다가 관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 이는 뮤지션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브가 총체적인 경험으로서 다가오는 것은 관객은 물론, 뮤지션에게도 동일했다. 서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주고받을 수 없다는 점은 서로에게 큰 리스크였다. 집단적인 퍼포먼스의 형태로 상연되는 큰 규모의 퍼포먼스 아트(무용, 발레, 클래식, 그 외의 규모가 큰 모든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연주자 혹은 퍼포머 간의 상호합의가 매우 중요하며, 조직적으로 설계되어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 합의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전체적인 틀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솔로 뮤지션이나 작은 규모의 밴드는 더욱 즉흥적이며, 관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같은 퍼포먼스 아트라 해도 장르와 상연되는 방식에 따라 온라인 스트리밍에 어울리는 정도가 다를 수 있구나, 생각했다.

 

운영하는 인력 간의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토크쇼를 조금 더 진행해주세요.’ ‘이쯤에서 끊어주세요.’라는 등의 사인을 서로 주고받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다. VOL.1을 진행할 때는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서로 사인이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때문에 VOL.2를 진행하기 전에는 간단한 수신호를 정해 공유했다. 이를테면 주먹을 쥐면 ‘그만’, 손목을 원으로 돌리면 ‘계속’이라는 식으로. 간단한 합의였지만 진행에는 상당한 매끄러움을 주었다.

 

사전준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의 아쉬움이 있다.

 

첫째는 프롬프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오는데, 프롬프터가 따로 없어 MC가 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취합해 전달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프롬프터를 준비할 수 있었다면 MC와 뮤지션 모두 시청자와 더욱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도네이션 툴을 접목하지 못한 것이다. 투네이션(Toonation) 등을 통해 도네이션 툴을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중계를 진행하는 시점에 있어 해당 툴을 붙이는 것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결국은 이를 제외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Outro

두 번에 걸친 온라인 쇼가, 모든 점에서 성공적이라 볼 순 없었으나, 그럼에도 아주 큰 문제는 없이 끝났다는 점에선 다행스러웠다. 너무 성공하는 것이나 너무 실패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정도의 성공과 실패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데서 오는 경험치가 더욱 크다는 생각이다. 한편 역설적이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쇼가 라이브 공연의 대안이 되는 것이 불가능함을 오히려 더욱 체감하기도 했다. 앞서 서술했듯 뮤지션에게도, 관객 혹은 시청자에게도 온라인 스트리밍 쇼와 라이브 공연은 완전하게 다른 방식으로 경험되는 까닭에서다. 때문에 온라인 스트리밍 쇼는 모바일 혹은 컴퓨터를 통한 인터페이스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일반적인 라이브 공연과는 다른 고려를 통해 제작되었을 때 뮤지션과 시청자 양측의 입장에서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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