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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 시인 성다영

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 시인 성다영

Post Series: 스타카토 H 피플

 

 

시 쓰기가 재미있는, 새로운 시 쓰기를 고민하는 시인 성다영입니다.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시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홍대에서 산 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한 번쯤은 시만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홍대로 이사를 왔어요. 그후로 쭉 홍대에서 살고 있죠.

 

 

시를 쓰기 전에는 그야말로 평범한 삶이었습니다. 뭐 물론 지금도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요. 시를 쓰기 전엔 사회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삶에 맞춰 살았어요. 대학에 다니고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해서 회사에 다녔죠. 이게 진짜 ‘나’의 선택일까 되돌아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른들은 계속 말합니다. ‘여자니까 예쁘게 꾸며야 한다, 결혼을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려야 한다’라고요. 정말 그렇게 살아야 행복한 삶일까요?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달라야 자연스럽지 않나요? 정해진 답은 없다고, 다른 삶을 상상해보자고 저만의 언어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시 쓰기는 기성세대의 상징 언어에서 벗어나려는 저항과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게 좋아요. 공장식 축산업이 없어지면 좋겠고, 유기 동물이 사라지면 좋겠고, 장애를 가졌다고, 성적 지향이 다르다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비건이고 페미니스트입니다. 또 동물권과 장애인 인권, 퀴어 인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임신중단합법화, 퀴어문화축제, 여성인권영화제 등 주로 페미니즘 시위와 인권 활동에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홍대는 다른 지역보다 비건, 퀴어, 페미니즘, 환경 등 사회에서 정의하는 비주류에 해당하는 모임과 활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제가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고 있는 이유죠. 홍대처럼 비건 식당이 많은 동네가 또 어디에 있겠어요. 심지어 제가 자주 가는 식당은 저 때문에 ‘비건 옵션’을 만들기도 했는데 말이죠. ‘잘 몰라서’, ‘낯설어서’, ‘그래서 무섭게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존중하며 그 자리에 두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다름을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는 거죠.

 

 

최근에는 동료 시인들과 ‘지하 낭독회’라는 비정기적인 낭독회를 열고 있어요. 비등단 시인, 시를 좋아하는 직장인, 시를 쓰고 싶은 대학생 등 누구든지 와서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할 수 있죠. 보통 낭독회는 등단한 시인만 낭독을 해요. 독자는 물론 비등단 시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관람만 해야 하죠. 소위 말하는 문학하는 사람들과 독자, 문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등단과 비등단이라는 뚜렷한 경계가 있는 거예요. 이런 경계들이 허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엔 시가 ‘힙’하게 소비되는 것 같은데요. 그 힙함이라는 게 대중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향유할 때 가능한 거잖아요. 소수의 문화도 가치가 있겠지만 저는 그 경계를 지우고 향유층을 더 넓히고 싶어요.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 좋겠거든요. 그걸 위해 지하 낭독회 같은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를 계속 할 거예요. 홍대라면 이런 시도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나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경의선숲길

머릿속에 든 생각이나 고민을 비우고 싶을 때, 그냥 쉬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나는 공원을 좋아한다. 공원은 누구나 이용가능하고 누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열린 공간’이다. 공원에는 외국인도 있고 노동자도 있다. 장애인도 있고 노인도 있고 동물도 있다. 갓난아이가 있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힙하다고 말하는 공간을 떠올려보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그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만 그 공간을 이용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제외당하고, 누군가를 제외해야 공간이 아닌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간이 많아지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공원 같은 열린 공간은 중요하다. 언젠가는 경의선숲길에서 야외 낭독회를 열고 싶다. 공원에 온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지루해지거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자유롭게 자리를 떠날 수도 있는 그런 낭독회를. 공원에서의 낭독회라니, 정말 재밌을 것 같다.

 

반려견 오디

오디는 유기견이었다. 유기 동물에 관심을 가지던 도중 만났다. 첫눈에 오디와 사랑에 빠졌다. 살아 있는 동물이 나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실 내가 더 오디에게 의지한다) 내가 비건을 결심한 계기도 오디를 키우면서다. 가끔 오디를 “동물오디, 동물오디~”라고 부르곤 하는데 ‘동물오디’라고 말하면서 치킨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동물을 키우면서 동물을 먹고 있는, 그런 모순적인 일이 한자리에서 벌어지다니, 그렇게 나는 비건이 되었다. 오늘도 오디를 보면서 오디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잡식 독서

철학, 인류학, 사회학 등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비문학을 많이 읽는다. 독서를 통해 내 관심 분야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고 싶다. 독서는 내가 사회운동이나 페미니즘 시위에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다.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인 셈이다. 독서를 할 때는 여러 책을 동시에 한꺼번에 읽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읽으면 각각의 책 내용이 서로 이어지고 연결된다. 그리고 내 안에서 여러 내용이 하나로 합해지고 새로운 지점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만약 친구들이 없다면 나의 삶은 어땠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아마 밋밋했을 것이다. 내 친구들은 나이, 젠더, 성적 지향, 직업, 장애 유무, 관심사, 종교가 다 다르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쉽게 단정 짓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이 보는 세상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들과 나누는 사소한 일상적 대화에서도 나는 많은 걸 깨닫는다.

 

 

글_권민정 스트리트H 객원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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