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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시 – 포토그래퍼 신병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시 – 포토그래퍼 신병곤

Post Series: 스타카토 H 피플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병곤입니다. 20대 때는 문학가를 꿈꾸던 전자공학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력을 보고 ‘이거 너무 다른데’ 하면서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쓰는 일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 사진을 찍는 일 모두 다른 분야의 일처럼 느껴질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일들이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반된 방식의 일이지만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글 쓰는 일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도 즐겁게 했지만 현재는 사진이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사진가가 되기 전에는 사진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게 다였습니다. 주로 주변의 일상적 풍경을 담았습니다.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삶이 즐거워졌습니다. 그 시절 만난 사람들 중 한 분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 같이 수업을 듣지 않겠냐고 하여 사진 수업을 들었습니다. 바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손홍주 선생님의 인물사진 수업입니다. 이 수업을 계기로 돈도 하나도 못 버는 지옥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웃음). 수업 조교가 되면서 회사를 그만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수업을 통해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습니다. 수업 조교를 하면서 <스트리트 H>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분을 만났고, 그 분 소개로 <스트리트 H>와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마포디자인출판진흥지구(DPPA)와도 같이 일하게 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프로파간다 출판사, 땡스북스와도 재미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도시 3부작>이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2017년 시작한 ‘도시미분법’을 비롯한 ‘도시천문학’, ‘도시통신학’까지 도시를 주제로 진행한 제 개인작업을 마무리하는 전시였습니다. 인물사진 촬영을 배우면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플레이스 서울》이란 책 작업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건물과 도시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건물과 건물이 만들어낸 수학적이며 구조체적인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시3부작>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을수록 사진은 함수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X 값에 어떤 숫자를 넣느냐에 따라 나오는 값은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함수의 식은 늘 변함없죠. 제 사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지만 전 늘 궁금했습니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에 참고가 되어준 존재가 인디뮤지션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디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공연도 자주 봤습니다. 덕분에 뮤지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았습니다. 팬으로서 그들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인디뮤지션들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는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어느 카페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자신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만나면 왠지 모를 힘이 생깁니다. 동지애라고 할까요. ‘저 사람도 열심히 작업을 하는구나, 나도 열심히 내 작업을 하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강남이나 여의도의 카페였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이방인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사라지고 싶었을 겁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이 홍대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는 함께 열정과 에너지를 불태울 수 있는, 제게 자극이 되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을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흔들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일을 꾸준히 하자고요. 엄청 힘들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탈영역 우정국

탈영역 우정국은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건물 꼭대기에 내 작업실이 있다. 전시가 열리는 곳에 작업실이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일단 어딜 나가지 않아도 작가들과 작가들의 작품을 매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의 시야가 좁아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적어도 매달 한 번은 보는데, 큰 자산이 된다. 전시 초안을 바탕으로 공사를 하고 작품을 배치하는 과정, 전시를 준비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들과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기 때문이다.

 

뮤지션, 우효와 모임별

나에게 음악은 작업의 맥락을 잇는 접점과 같다. 작업을 할 때 촬영 당시 들었던 곡을 들으면 현장의 분위기나 느낌이 되살아나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마다 음악을 선곡하고 작업할 때 그것만 듣는다. <도시 3부작>은 도시 안에 휩쓸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도시를 바라보는 관찰자 입장으로 작업했던 전시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잘 담겨 있는 노래들을 선곡했다. 우효의 ‘청춘’, 모임별의 ‘세계의 공장’,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 같은 ‘무덤덤한 외로움’이 잘 담겨있는 노래들 말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때 사진을 찍고 작업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매일 아침 달리기

매일 아침 7시부터 한 시간씩 한강공원을 뛴다. 벌써 13년째 같은 코스를 뛰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깨가 아픈데, 오늘 하루는 쉴까’ 하는 고민을 지금도 한다. 그래도 뛰고 나면 자기변명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뛰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다. 뛰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아무리 하기 싫은 일도 막상하고 나면 별 거 아니다. 달리기를 통해 인생을 깨닫는다.

또 달리기를 통해 내가 어떻게 늙어가는지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13년 전과 지금의 기록은 당연히 다른데 기록의 하락은 내 근육의 소멸 정도, 그러니까 늙어가는 것, 더 냉정하게 죽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비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죽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면 하루하루 충실히 열정적으로 살아야하는 게 아닐까. 달리기는 내가, 내 젊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그러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쓴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이다. 《콘택트》라는 SF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나는 그가 ‘문학적인 과학자’, ‘과학적인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과학과 예술은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큰 맥락에서 같다고 생각한다. 과학도, 예술도 자기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세상을 굉장히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절대 감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가 표현하는 것들은 그 어떤 예술보다 아름답다. 내 사진도 그랬으면 좋겠다.

 

 

글_권민정 스트리트H 객원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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