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존버’하기 – 잔다리 페스타 이수정
- 1.우리가 좀 더 단단해지는 법에 대하여 – 에고펑션에러 김민정
- 2.시 쓰는 것보다 다른 게 더 재미있는 시인 – 시인 권창섭
- 3.홍대에서 ‘존버’하기 – 잔다리 페스타 이수정
- 4.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 시인 성다영
- 5.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시 – 포토그래퍼 신병곤
- 6.홍대를 지키는 사람들 – 문화기획자 유모라
- 7.예술가를 이해하는 변호사 – 변호사 신아람
- 8.자유로움과 자기 확신에 주목할 때 – 하지훈 디자이너
- 9.디자인은 나의 언어. 디자인으로 알고 싶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 이수향 디자이너
- 10.마음이 전해지는 취향을 만날 때 – 식물상점 대표 강은영
- 11.홍대가 홍대에만 있으라는 법이 있나요? – 손과얼굴 강정아, 정혜진
- 12.좋아하는 것들을 따라서 – gaga77page 이상명
- 13.로컬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 로컬 크리에이터 이희준
- 14.‘키라라는 키라라’라는 슬픈 정의를 벗어던지고 – 뮤지션 키라라
- 15.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 정지현 북디자이너
- 16.예술가들과 그들의 공간이 있는 홍대라서 – 시각예술가 안부
- 17.세상을 위트 있게 비판하는 백수 아닌 예술가 – 신승은
- 18.다르게 사는 삶을 실험하다 – 릴리쿰 선윤아(호랑)
- 19.홍대와 멋있게 이별하기 – 튜나레이블 대표 김호진
- 20.우리는 좀 더 넓게, 좀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 빌라선샤인 대표 홍진아
잔다리 페스타 2인자 이수정이라고 합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콘텐츠 팀장으로 일하고 있고, 잔다리 페스타는 2016년부터 같이 일하고 있으며 올해로 4번째 잔다리 페스타를 만들고 있어요.
스페인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스페인 현지에 있는 페스티벌에 한국 뮤지션을 초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국제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단순히 뮤지션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신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공윤영 잔다리 페스타 대표를 만났습니다. 잔다리 페스타를 알게 됐고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해에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에 오자마자 잔다리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일하고 있습니다.
홍대에 처음 온 건 1999년 11월 수능을 보고 부산에 있는 친구와 놀러 왔었는데요. 홍대입구역에 내렸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도대체 어디서 놀아야 하는지 몰라서 홍대입구역에서 홍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간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그후 제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주말마다 홍대에 와서 놀았던 것 같아요. 아마 2006년쯤? 정말 매주 와서 놀았던 것 같아요. 클럽도 열심히 다녔고요. 오히려 그때는 라이브클럽, 인디신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죠. 잔다리 페스타에서 일을 하면서 이 신에 대한 애정이 훨씬 더 커졌어요. 저는 원래 국악을 전공했고, 뮤지션으로 살고 싶었는데 저와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길을 가려다가 우연한 계기에 잔다리 페스타를 알게 됐고, 뮤지션과 함께 하는 일하면서 보람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생각지 못하게 신에서 일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홍대에서 ‘존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삶의 모토가 존버가 되었어요. 홍대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가치가 오직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래도 ‘홍대’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가치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이 없으면 신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온라인 커뮤니티만으로 신을 만들 수 없어요. 독일테크노음악신이 아니라 베를린신인 것처럼 인디신도 홍대라는 지역 거점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영역이 점점 작아지더라도 그 작은 범위의 지역을 지키는 게 필요하죠.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위험한 거고요. 안 좋은 현실에서도 작은 지점들은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간이 또 생기는 거고요. 비록 그들이 곧 사라지더라도 그걸 안타까워하는 누군가가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존버하는 거죠. 존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더 단단하게 버텨야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홍대에서 같이 더 존버하도록 해요.
<나에게 영감이 되는 무엇>
스트레인지 프룻
독립하면서부터는 이태원 근방에 살았다. 남들은 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릴 때 나는 상수역에 내려서 홍대 메인길로 걸어갔다. ‘역시 나는 비주류야’ 이러면서. 상수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걸어 세븐일레븐을 지나 좌회전을 하면 클럽들이 이어졌다.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정말 좋아했다. 이제는 영혼 없는 포차만이 즐비한 거리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길이 아니라 좋아하는 스폿만이 남았다. 스트레인지 프룻, 채널 구구, 김밥레코즈 등. 내가 하는 일이 이래서 한국 사람보다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 스트레인지 프룻에 몰아넣는다. 스트레인지 프룻을 보고 행복한 로컬신인양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다다. 그래도 이런 곳들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홍대다움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윌리엄 이글스톤의 사진집
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들 중에는 사진이 제일 좋다. 특히 윌리엄 이글스톤의 사진을 보고선 ‘사진은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설명하자면 미국의 일상을 미국적인 색감으로 담아내는, 사진계의 신중현 같은 대가. 윌리엄 이글스톤의 사진을 시작으로 사진집을 모으기 시작했다. 예술사진보다는 기록으로써의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일상을 모습을 포착하는 사진가들의 시선이 좋다.
더 닉 OST
일할 때나 집중할 때나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할 때 꼭 듣는 앨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들을 때마다 미칠 것 같고 ‘정말 마스터피스구나’ 싶다. 1800년대 뉴욕, 과학 기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할 때, 닉이란 외과의사가 ‘더 닉’이라는 외과병원을 연다. 그리고 거기서 자행되는 수술과 미쳐가는 의사 이야기를 담은 미드가 <더 닉>이다. 이 드라마의 OST로 듣기만 해도 사람을 현혹시키는 전자음악이다. 정말 클리프 마르티네스는 천재다.
잔다리 페스타 1인자 공윤영 aka 달새
나는 아무래도 나이 많은 사람들과는 잘 못 지내는 성격인 것 같다. 거리를 너무 많이 둬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그런데 ‘공윤영’이란 사람만이 내가 유일하게 보스로 인정할 수 있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같이 일할 때 답답한 것도 많고 왜 이렇게 일해야 하나 싶은데 공윤영이란 사람에게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해서 진정성을 위해서는 다른 것과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순수하게 진정성 하나만을 보고 가는 사람. 근데 나에게도 그게 제일 중요한 가치다. 진정성은 혼자 지켜낼 수 없다. 함께 같이 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걸 아는 사람이기에 보스로 함께 일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진정성이 있겠느냐만은 진정성을 찾기 위해 계속 탐구해야 하고 이 행위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유가 생긴다. 진정성이 아니라면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해야지. 홍대가 좋은 건 진정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적지 않고, 같이 뭔가를 해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_임은선 스트리트H 에디터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기획_STACCATO H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