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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WeWe Interview : 인디씬 여성 뮤지션의 먹고사니즘 안부 묻기 – 신승은

WeWeWe interview : 인디씬 여성 뮤지션의 먹고사니즘 안부 묻기 – 신승은

 

 

 

섹션 1. 코로나가 음악 활동에 미친 영향

 

 

Q. 몸과 마음의 안부가 궁금해요,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 연출하고 있는,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쉬고 있는데, 아무튼 여러 일을 겸업하고 있는 신승은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여성영화인 풋살팀에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어제 막 2회차를 나갔다 왔어요. 다녀오면 항상 온몸이 쑤십니다. 오늘도 그 여파로 다리가, 허리가 쿡쿡 쑤시네요. 마음은 올봄에 어떤 일을 겪고 많이 힘들었다가 서서히 회복 중이에요. 최근에 EP 앨범 <인간관계>를 발매했는데 준비하면서 많이 극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난생처음 찍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쁨을 많이 얻었어요. 

 

Q.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꿀팁 또는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술입니다. 술을 먹고 팍 취해서 잠에 들어버려요. 저는 아침에 항상 일찍 일어나는데요 술 마신 다음 날도 어김없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옥상에 올라가 공기를 쐬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맑은 정신이려면 과음을 하면 안 되겠죠.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한 팁은 동료들과 계속 연락을 하는 것입니다. 딱히 함께 작업하지는 않더라도 각자 작업하면서 살아가는 동료들과 그저 안부 문자 한 통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동료들에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도 동료들에게 보낼 때가 더러 있어요. 2021년 3월에 발매한 <생각나는 얼굴들>이라는 노래는 어느 날 아침에, 역시 술 마신 다음 날이었는데요, 동료들, 친구들의 얼굴이 잔뜩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것에 관한 노래를 만들었고, 생각났던 모든 동료와 친구들에게 노래를 보냈어요. 그리고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아 발매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마음이 떨어지기 전에 허겁지겁 발매 일정을 잡고, 그에 맞춰 녹음 일정을 잡고,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특히 이게 별로인가, 내서 뭐 하나, 하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에너지가 있을 때, 아직 따끈할 때 빨리 움직이는 게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2020년, 2021년 무엇을 계획했었나요?

저는 사실 음악보다는 영화 쪽으로 계획이 있었습니다. 장편 영화를 찍는 것이 계획이었는데요, 이래저래 상처받는 일과 다른 일들이 동시에 겹치면서 접게 되었습니다.

 

Q. 코로나 시대에 실천한 음악 활동(창작, 공연)은 무엇이었나요? 

2020년 7월에 싱글 1곡 <헝>, 2021년 3월에 싱글 1곡 <생각나는 얼굴들>, 2021년 10월에 6곡이 담긴 EP <인간관계>를 발매했습니다. 공연은 그래도 제법 여러 번 했는데요. 재미공작소, 카페 언플러그드 등 여러 곳에서 오프라인 공연도 하고 온라인 공연도 여러 번 했습니다. 매년 재미공작소에서 신년 운세 풀이를 하는 공연을 하는데요, 이번에는 연기가 되어서 2월에 진행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해 무엇이 취소되었나요?

우선 공연이 정말 많이 취소되었습니다. 특히 2020년 초반, 2-3월에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때는 온라인 공연도 익숙치 않던 때여서 싹 다 취소가 됐거든요. 최근에는 EP 앨범 발매 공연이 취소 되었습니다. 10월 23일이었는데요. 공연장이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그냥 가게나, 식당으로 등록이 되어있는 경우 인원 제한 때문에 공연할 수 없어서 취소되었습니다.

 

Q. 취소되었을 때 상황과 마음은 어땠나요? 

앞서 말했듯이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수입원이 ‘행사’인 저에게는 더더욱이 끔찍했는데요. 앞으로 행사가 다 없어지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농사 계획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레슨 공고를 올려서 레슨을 재개했었는데요. 레슨도 코로나가 심해지니까 하기가 어려워서 2-3주를 쉬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취소되었을 때 마음 한편으로는 아니야 연기되겠지, 다음 달에, 다다음 달에 할 수 있겠지 하고 헛된 희망을 품었던 것 같아요. 3월 말부터는 비대면 공연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몇몇 행사에 섭외되었습니다. 최근에 취소된 공연은 저도 저인데 사장님들이 걱정 되었습니다.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식음료를 판매하거나 소규모 공간인 경우 공연을 아예 진행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장님들은 어떻게 매번 취소와 연기를 감당하며 버티고 계실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Q. 그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공연은 저에게 관객을 만날 기회이기도 하고, 생계와도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사라져 버린 셈입니다. 관객을 만날 수 없고, 돈도 벌 수 없다면 아티스트로서 버티기가 힘듭니다. ‘존버’를 외치는 시대라지만 정말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정말 그 전에 맘껏 공연하던 시기가 너무 그리웠어요. 관객들의 표정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가슴이 답답합니다.

 

Q. 위드 코로나 시대,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다음 계획이 있나요? 

우선 부산, 서울, 광주 세 곳에서 EP 발매 공연을 하는데요. 무사히 안전하게 마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아리랑 TV에서 지원받아 공연을 열게 됩니다. 잘 준비해서 멋진 단독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밖에 잘 안 나가는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나가지 않게 되었어요. 자주 가던 단골 술집마저 횟수를 줄이게 되었고요.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일이 있으면 나가고 최대한 외출을 줄이게 되겠죠. 하지만 공연에 자유가 생기는 것은 좋습니다. 대중음악이라는 이유로 공연이 취소되기도 한 사례를 보았는데요. 제 일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홀대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많은 공연자가 마음 편히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제발 사라져서 위드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 다른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위드 코로나라고 해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이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풋살을 나가고 합주를 해 동료를 만나면서 지내고 싶어요.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 시기가 훨씬 더 힘들었을 거예요. 공연 취소, 연기의 아쉬움을 함께 나누고 문자로나마 마음을 전하는 것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동료들에게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보내고 싶습니다. 음반 발매 계획은 따로 없지만 싱글을 1곡 내면 어떨까 구상만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에너지가 뿅 하고 차오르는 날 추진해야겠죠. 나의 사장은 나고 그 회사의 소속 가수도 나니까 양쪽을 잘 돌봐야 합니다. 사장을 잘 설득해봐야겠어요. 또 한 번 멋지게 손해를 보자고요.

 

Q.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창작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싱글 한 곡을 내는 경우를 가정해봤을 때 녹음, 세션, 믹스, 마스터, 디자인 비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한 번도 들인 비용만큼의 회수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음원 수익은 터무니없이 작아서 새로운 창작을 하더라도 발표가 망설여집니다. 그러다 보니 발전을 하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생계에 도움이 되는 지경이다 보니 선뜻 뭔가를 할 생각이 안 듭니다. 저는 음악 만드는 일 외에 영화 만드는 일도 하는데요 영화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공교롭게 이 두 가지 일을 메인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존감이 떨어지고 내 작품이, 내가 별로인가라는 생각으로 쉽게 빠지게 되더라고요. 이 자존감도 창작 활동을 방해하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아티스트분들은 자존감을 어떻게 지키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프리랜서다 보니 일이 많이 들어오면 괜히 내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일이 전혀 없는 달에는 그만두어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고요. 사실 그냥 일이 많은 달이 우연히 있고 일이 없는 달이 우연히 있는 것일 뿐인데,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피드백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부가적인 것들에 의존해 자신을 평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Q.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또는 변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제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있긴 하지만 서류를 작성하다가 지쳐서 제출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서류가 조금 더 간소화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아티스트 이름 검색하면 다 나오는 자료를 일일이 캡처해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필요한 과정 같습니다. 제가 너무 뻔뻔한가요… 하도 여기저기서 계속해오는 이야기라 지겹겠지만 인디 씬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온스테이지, 공감처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소개받을 수 있는 창구도 늘어나면 좋겠고요. 온스테이지에 최근에 가게 됐는데 세션들은 돈을 주는데 아티스트는 돈을 주지 않더라고요. 서러웠습니다. 이런 창구에서도 제대로 비용을 지불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페이를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온스테이지에 내가 나간다니! 하면서 냅다 오케이하고 달려가게 되는 것이 저라는 인디맨이더라고요. 그만큼 알려지는 것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알려지는 것은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수익이 늘면 계속 겁 없이 창작할 수 있으니까요. 계속하고 싶어서 결국에는 변화를 외치게 되는 셈이네요.

 

Q.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다른 아티스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다들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객분들도 마스크 끼고 공연 보느라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마스크 벗는 날이 올까요? 온다면 정말 환히 웃으실 수 있도록 준비 잘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섹션 2. 여성 인디뮤지션, 지속가능한 음악 활동 가능할까?

 

2021년 WeWeWe 기획팀에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인디음악 씬의 음반, 공연, 축제, 수상 분야에서 여성 음악가의 활동 비율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실태조사 결과 그래프와 그를 기반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Q. 인디씬 여성 뮤지션 활동 흐름을 파악해보면 대략 음반/ 공연/ 음악 페스티벌&한국 대중음악 시상 분야에서 대략 30% 내외의 활동을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인디씬에서 음악 창작 활동을 하며 성별로 인한 어려움을 느끼신 적이 있으셨나요?

저는 다른 여성 뮤지션들과 조금 다른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기회의 박탈보다는 제 성별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로 인해 곤경에 처한 적이 많았습니다.


Q. 그렇다면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상황과 마음은 어땠나요?
여자 목소리는 무엇이고 남자 목소리는 또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제 노래를 올리면서 남자 치고 제법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남자 치고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나는 여성 화자로서 어떻게 내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Q. 그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성별 이분법으로 인해 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일부러 높여서, 음을 올려 말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면서 제 목소리 자체로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성별 질문과 패싱 오류로 인해서 내 목소리가 특별한 것인지 특이한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Q.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또는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노래방에 남자 키, 여자 키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별도로 그래프를 보고 느꼈던 문제에 대한 답변입니다. 여성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평론가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꿀 만큼 여성의 음악은 이미 다양하고 그 인식의 틀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실태조사 결과 중 가장 인상 깊은 표는 어느 것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맨 마지막 표입니다. 인디뮤지션의 경우 초청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상식이 한국대중음악상인데요. 거기서 마저 성별 격차가 난다면 여성뮤지션은 어떤 버팀목으로 오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정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음반 시장에서 수상, 페스티벌 초청 등의 기회마저 없다면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글_신승은

사진_신승은

기획_WeWeWe

후원_청년성평등문화추진위원단 버터나이프크루 / 마포문화재단 예술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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